울진금강소나무숲길을 가다 by 작은나무

지지난 주 울진에 다녀왔다. 해마다 몇 번씩은 가던 곳인데, 지리산에 내려온 후에는 2007년 겨울에 단 한번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ㅜ_ㅠ

울진은 서울에서 4시간정도 걸린다. 바로 오는 버스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동해를 거쳐 삼척, 울진으로 오거나 영주를 거쳐 꼬불꼬불 36번 국도를 타고 봉화를 거쳐 오는 방법이 있다. 지리산에서 출발하니 거의 다섯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간만에 36번 국도를 타고, 봉화를 지나가는 것도 좋았고, 소천면에 잠시 들러 현동막걸리를 사기도 했다. 결국 막걸리는 깜빡하고 못마셨지만.

서울에서 먼 만큼 사람의 손을 덜 타서 자연경관이 아직 자연(?)스럽다. 뾰족뾰족한 험한 산에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1급의 산양들도 많이 살고 있다. '어명이오!'하고서만 베어갈 수 있다는 황장목, 금강소나무가 쭉쭉 뻗어있는 곳이기도 하다. 울진은.
그리고 불영계곡을 힘차게 흘러내린 물들은 왕피천으로, 또다시 동해바다로 간다. 지금도 은어가 돌아오는 그곳에 옛날에는 수많은 물고기들이 물을 거슬러 탯자리를 찾아 왔을 것이다.

몇해 전 이 지역 자연생태계보전을 위해 여의도의 35배에 달하는 면적을 왕피천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했다. 녹색연합이 오랜세월 조사하고 지역과 환경부와 협력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렇게 힘들게 지정하고 보전하려 하는 곳도, 한번 개발의 손길이 미치면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파괴되어 버린다. 

개발과 보전의 접점, 혹은 대안이 될만한 방법은 없을까? 

지역주민과 환경단체와 산림청이 함께 울진지역에 걷는 이들을 위한 숲길을 계획하고 만들었다. 울진군 북면 두천리에서 서면 쌍전리까지 70여 km의 길 가운데, 7월 20일 내일, 두천리에서 소광리까지 13.5km의 길이 열린다. 2007년 울진을 들렀을 때도 걸었던 길이 얼마나 바뀌었을까? 시범운영을 한다고 해서 찾아갔다.


길은 자연스럽게 다듬어져 있었다. 두천리에서 작은 시멘트 다리를 건너면 만나는 철비석이 있는데, 내성행상불망비라고 한다. 내성(지금의 봉화)으로 가던 행상들을 위해 철로 만든 비석. 철이란 철은 모두 약탈하던 일제강점기때 빼앗기지 않기 위해 바닥에 묻었다가 다시 세웠다고 했다. 물을 지나는 길 징검다리 바위 위에 새벽에 누고간 듯한 수달똥이 채 마르지 않고 있었다.

이번에 열리는 구간은 그 옛날 울진에서 보부상들이 바다에서 나는 것들을 짊어지고 봉화로 향했던 길이다. 열두고개가 있다고 해서 십이령길이라고 불린다. 소금 친 고등어를 짊어지고 십이령을 넘어 안동까지 가면  딱!! 고등어와 소금과 시간이 잘 어우러져 맛있어졌다고! 그래서 지금까지 안동간고등어가 지금 유명한 것이리라!

숲길을 지나면 임도길과 넓은 들이 나타난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밭갈며 살았을 것이다. 발현동 또는 바릿재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사람들은 떠나고 음나무 아래 서낭당과 밭옆 오래된 창고만이 지키고 있다. 이 바릿재는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가서 바릿재로 불렸다고 한다. 젖은 바다것들을 이고 지고 넘은 이길이 얼마나 힘들고 험했을까? 쪼그만한 가방만 매고 쫄래쫄래 걸은 나도 이렇게 힘든데!!
조금더 가면 쉿!하는 손과 산양의 그림이 그려진 표지판이 나타난다. 천연기념물 217호이자, 멸종위기 1급인 산양의 서식처로 보호받고 있는 곳. 자연에서 조용히 걸으면 수많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곳에서는 특히! 어딘가 높은 바위언덕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을 산양의 삶터인 만큼 더 조용히 걸어야 겠다. 그러면 혹시, 휙하고 지나가 줄지도 모를 일!

임도를 지나 숲길로 들어서 더 가다보면 재를 또 넘는다. 이름하여 샛재. 저 고개를넘으면 뭐가 있을까 싶은 묘한 분위기의 고갯마루를 지나면 그 옛날의 온전한 모습을 간직한듯한 서낭당을 만난다. 서낭당 문을 열어보면 이 서낭당을 지을 때 보시(?)한 사람들의 이름이 쭉~~~ 나열되어 있는 것이 신기함과 친근함(?)을 더한다.  

고개이름 중에 새재, 샛재가 많은데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다. 사이 에서 온 새, 새에서 온 새, 억새에서 온 새... 등. 여기는 새 조(鳥)를 써서 조령성황당(?)이라고 적혀있다. 이곳에서 준비해 온 김밥과 얼린 맥주를 마시고, 약간의 과자를 서낭당에 놓아두고 왔다. 무사히 길을 걷기를 바라는 마음. 계속계속 이렇게 변하지 않고 고개를 지키고 서 있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새재를 지나 조금 더 내려오면 소광2리로 가는 길과 500년 금강송을 보러 가는 길로 나뉜다. 500년 금강송은 다음에! 소광2리로 들어섰다. 아침에 1대, 저녁에 1대 버스가 있다고 했는데, 아침 일찍 출발했더니 오후 2시쯤 소광2리에 도착해 버렸다. 사람도 하나도 안보이고, 차도 하나도 안보이고.... 계속 걸을 수 밖에... 힝. 마을을 떠나 기약없이 걷다보니 소광2리 아저씨가 36번 국도까지 태워주셨고, 또 다른 분이 울진 시내까지 태워주셨고 우리의 걷기는 끝이 났다. 고마와요!
 
울진 숲길을 걸으며 내 인생의 무거운 짐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예전 보부상들이 큰 짐지고 걸었을 그 시절이 계속 떠올랐다.
 
아름다운 울진숲길.
이 길은 산양보호구역, 산림유전자원보호림을 지난다. 7월 20일 개통식을 가진다 했다. 국내숲길 가운데 유일의 사전예약제라고는 하지만, 개통식 보도자료에는 이미 성수기에는 일부 조정이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 울진숲길을 지키면서도 누리기 위한 약속, 사전예약제 80명 정원...이 꼭, 지켜지기를 바란다. 더한 제한도 해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울진 금강소나무숲길을 연 것이 인간들에게 자연을 훼손하는 또 다른 방법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대안이 되기를 바래본다.  

* 울진숲길 가기 위해서는 꼭 예약한다. 화요일은 숲도, 길도 쉬어야 하는 날이다.
(사)울진숲길 홈페이지
http://www.uljintrail.or.kr/

자세한 건 아마, 위 홈페이지에 잘 나와있을 것이다. 0_0

*** 울진금강소나무숲길 여름사진 보기 : http://plain0207.egloos.com/photo/archives/2010/07
*** 늦가을사진 보기 : http://plain0207.egloos.com/photo/50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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