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 바빠! by 작은나무

가만 있어 보자. 오늘이 무슨 요일이지? 아! 화요일이니까 동네언니들하고 콩고기 만들기 하는 날이구나!
요 며칠 못 끊었으니 고사리도 통통하게 잔뜩 올라와 있겠다. 오후에는 고사리밭에 가야겠네.
고사리 끊어서 삶아 널려면 더 일찍 일어날 것을 그랬나? 하지만 새벽같이 일어나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라는.
코딱지만한 마당텃밭도 이리 힘든데 우리 동네 할머니들은 대단도 하시다!
에고, 밭일 하다 삐끗해서 놀란 내 도타운 허리, 내일은 동네 침뜸방에 가서 침 좀 맞아야겠다!
목요일에는 초등학교 아이들하고 자연놀이 하는 날이네! 한 달에 두 번은 왜 이리도 잘 돌아 오는 것이야!
그래도 놀면서 돈도 버니 좋지 뭐! 이런, 금토일은 지리산국립공원에 일하러 가야 하네!
이거 이거 월요일 바느질 선생님께서 내주신 숙제도 다 못해 가겠다! 이런~


주변 사람들이 지리산에 살고 있는 나를 보면, ‘거기서 뭐해? 안 심심해? 뭐 먹고 살아? 누구랑 놀아?’하며
걱정은 살짝 하고, 무지 신기해한다.(내가 벌써 몇 년 째 이곳에 살고 있음에도 말이다)
그런데, 시골에 산다는 것은 뭐, 무료하거나 심심할 새가 없다.
철철이 나는 나물과 열매들 거둬서 짱아찌도, 쨈도, 효소도 만든다.
동네 언니들하고 옹기종기 모여서 바느질도 하고 요리도 배운다.
지리산에 철마다 다녀가는 친구들과 손님들도 맞아야 한다.
지금 철은 더더욱 모종심고 김매고 모내기하느라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내가 다 하는 건 아니지만)
무엇보다 -화살같이 빠른 시간 속에 붙들어 맬 수 없는- 날마다 시시각각 바뀌는
지금 여기의 지리산과 동네 풍경과 눈 맞춰야 한다.


그런데 말이다. 이렇게 바쁜 게 참 좋다.
뭔가 도시에서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바쁘게 살아야 될 것만 같았고, 실제로 그랬는데,
이곳 시골에서는 내가 선택해서 기꺼이 바쁜 기분이랄까?
심어서 캐기까지 오래 기다려야 해도, 못생겼어도, 직접 농사지어 먹는 감자가 좋다.
일주일 내내 한 땀 한 땀 바느질해야 해도 직접 만든 여름 커튼이 좋다.
이태리 장인이 부럽지 않다!(물론 가까이서 보면 안 된다)
남들이 봤을 때는 쓸데없는 짓 한다 하고, 잡일이라 하는 것들을 땀 흘리며 함께 하는 동네 사람들이 좋다.
그런 일들이 더해져 재미진 삶이라 말하는 그들이 옆에 있어 더 좋다. 
 
며칠 전인 6월 5일은 환경의 날이기도 했지만 내가 지리산으로 온 지 만 오년이 되는 날이기도 했다.
한 번에 하나에 집중하라고, 끈기 좀 있어보라는 이야기를 늘 들어왔는데 시골에 사는 것 하나는 잘 하고 있다고
스스로 칭찬해주고 있다! 으흠~ 그리고 낼 모레인 25일은 삼십년도 넘은 옛 한옥, 끼이익 나무대문 소리가 정겨운
지금의 집으로 이사 온 지 일 년이 되는 날이다.


흙마당 가진 한옥에 살면서 그 어느 때 보다 더 많이 바빠지고 오종종 움직인다.
시골집은 날마다 돌보기를 게을리 할 수 없는 뭔가가 있는 이유이다.(우리집은 많이 늙으시기도 했고)
그렇지만 그 바쁜 속에서도 내 눈은 어느새 마당가 민들레를 보고 있고, 내 귀는 어느새 파랑새 울음소리를 듣고 있고,
내 코는 흙냄새와 군불냄새에 익숙해졌다. 그리고 고사리를 끊으며, 감나무 그늘 아래에서, 나무마루에 앉아,
수돗가 그늘에 빨래하며, 바쁜 속 그 어느 때 어느 곳에서도 한가로울 수 있는 법을 알아가고 있다.
살랑살랑 바람에 한땀 한땀 이은 모시발이 흔들리는 것을 보면서 참 고마운 이유이다. 


*** 7월부터 두 달에 한번씩 단체 소식지(녹색연합에서 나오는 녹색희망)에 글을 쓰기로 했다.
지리산 미스 쪼! 로 사는 소소한 이야기들.
소식지 나오고 나면 이렇게 블로그에도 올려야지 했는데 게으름 피우다가 늦었다! 요즘은 농사일은 한갓져 졌으나,
여름 휴가철이라 그런지 게스트하우스에 손님이 나름 있어, 쪼매 바쁘다!
그래도, 할 만하고, 재미있으니 되었다!
 


덧글

  • 2012/08/14 22:24 # 삭제 답글

    회사마는 넘 바빠용 ㅠㅠ
  • 콩심이 2012/08/17 11:37 # 답글

    글이 시냇물 흐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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