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동네 by 작은나무

... 좁은 골목 곳곳에 화분이 놓여 있고 한 뼘의 땅이라도 있으면 고추나 가지 등 여름 채소가 심어져 있고 골목에는 장난치고 노는 아이들이 차고 넘쳐 생동감까지 느껴지는 동네 어귀에서 잠깐 당황했다. 빈터 곳곳에는 노인들이 모여 명태를 다듬거나 나무젓가락 마는 일이나 봉투에 풀칠하는 일 등을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고 마당이랄 것도 없는 손바닥만 한 마당에는 개들이 매여 있고 그 마당 안으로 들여다 보이는 방들에는 여러 가지 일거리들이 쌓여 있었다. 재개발지로 선정되어서 언제 철거될지 모르는 동네였지만 온 동네가 일터같은 느낌을 주는 "그냥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동네"였다. ....

사당동 철거민을 25년동안 기록한 책, '사당동더하기25 - 가난에 대한 스물 다섯 해의 기록' 거의 첫머리에 있던 글.

지난 주 여수 여행 때 찾은, 산동네 혹은 달동네라 부를 수 있는 연등동이 기억났다. 연등동은 그 옛날 사라호 때 연등천이 터져 물난리로 살터를 잃고 장군산 아래로 옮겨 온 이들이 사는 동네.

지금도 폭이 50cm도 안 될 것 같은 골목이 있고, 동네 뒷산을 일궈 텃밭을 일구고, 닭을 기르고, 나무로 된 전신주를 발견한 곳. 삐딱하고 좁다란 골목이라 다른 곳보다 가스배달비도 비싼 곳. 대문이 따로 있기도 하나, 대부분 벽에 붙은 알미늄 샷시문을 열면 바로 뒤로 살림하는 부엌과 작은 단칸방이 보이는 곳. 알미늄 샷시문 바로 옆 자물쇠 걸린 낡은 나무문은 누가 봐도 변소임을 알 수 있는 동네.

그러나 이 책의 글처럼, 동네사람들은 그 좁은 골목을 사이로 두고 이집 저집의 애환과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항꾸네 살아가는 모습이 남아 있는, 그냥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동네였다.

오늘 이 책 외에, '가난한 이의 살림집'이란 책도 빌려왔는데, 뭔가 지난 주의 여행과 책 두권이 굉장히 잘 어울리는 것이, 마치 그물처럼 엮이어 나에게 온 것만 같다.

사진은 지난 월요일 연등동 모습, 그들은 집집의 이불색깔도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덧글

  • 작은나무 2012/09/26 09:38 # 답글

    책을 다 읽고....
    달동네 골목길에는 옆집이 누군지 아는 공동체스러움이 남아 있긴 하나....
    돌고 돌고 또 돌고...
    계속 재생산되는 가난은 그들 곁을 떠날 줄 모른다. 맨몸하나로 죽도록 일하며 살아도 가난은 발목을 잡고 그들을 놔주지 않는다.
    책임은 모두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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