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1,2월에 벚꽃이 피는 곳 by 작은나무

또 하루 멀어져 간다. 한 해가 이렇게 또 훅 하고 간다. 이제 나는 빼도 박도 못하는 삼십대 중반으로 들어서는 것이다.... 라고 생각하다가, 요즘 여성 평균 수명이 여든이 넘는다는데 그러면 나는 아직 반도 안 살았어, 애기야 애기! 라고 애써 토닥여본다. 나의 토닥임을 증명이나 하듯, 동네 할매들께서 날 부르실 때 난 아직 “큰 애기”. 하핫! -_-;;

이렇게 또 한 살 더 먹는다며 말은 푸념처럼 하기는 하나, 나이를 먹는 게 그렇게 나쁜 일만은 아니더라. 스물 아홉에 삶터를 옮겨 지리산에서 새해를 맞으며 서른이 되어 보니 참 좋았다. 이렇게 내가 잘, 삶의 길을 찾아가고 있구나 싶어서. 또, 새로운 곳에서의 내 서른이 그렇게 눈부시더라. 여섯 해를 살고 이제 나는 서른 다섯. 이곳에 익숙해졌으나 자고 일어나서 눈 마주하는 내 삶터가 여전히 아름답고 눈부시고 감동이다. 내가 이 고맙고 아름다운 곳에서 계속 살고 있구나 싶어서. 해가 바뀔수록, 나이가 찰수록 세상을 보며 고마운 마음은 더 커져 간다. 2013년에도 뭔가 새로울 것 같고, 나름 성숙할 것 같고, 지금처럼의 삶에 +a 가 더해져 보다 더 좋아질 것 같다. 그게 뭔지 구체적이지 않아도 그런 기분으로 나는 2013년을 맞는다. 그 기분만으로도 다 될 것만 같다.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뭔가 샤방샤방한 기운으로 가득 찬 지금의 내가 중요할 뿐. 

이런 내가 해마다 새해가 되면 하는 일 가운데 변하지 않는 것이 있나니, 다이어리를 펼치면 보이는 첫 장, 딱 바로 그곳에 새해에 하고 싶은 일들을 적는 것이다. 아주 아주 구체적으로 적되 많이 적지 않는다. 다섯 가지에서 열 가지 사이로 엄선! 그것도 많을지도? 2013에도 어김없이 적어야지 하며, 작고 소박한 다이어리를 샀다. 새 다이어리에 뭔가를 끄적이기 전에, 곧 헌 것이 될 2012년의 것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이제 스무날도 채 남지 않은 올해 다이어리에 적힌 구체적으로 하고 싶었던 일들을. 오! 여섯 가지 가운데 다섯 개는 했네! 한 가지는 절반 정도 했지만 했다고 쳐 줄 수 있다. 못한 건 2013년으로 넘겨야지. 2012년, 나름 선방했네? ^^ 이제는 <2012년 하고 싶은 일> 위에 적어 둔 글귀들을 본다. 여전히 유효하고 좋다. 삶을 살아가는데 지켜야 할, 지키고 싶은 방향성은 해가 바뀐다고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이 글들은 2013년의 다이어리에 다시 또 적어둬야지! 

- 생산활동이 커지면 파괴활동도 커진다 
- 소비를 줄이는 유일한 길은 생산에 대한 기여를 줄이는 것이다 
- 즐겁게 노는 것이 결정적인 반체제 행동이다 
- 즐거움에 근거한 노동을 하라

  지난 8월에 한 달 정도 집에 머물고 간 장기투숙객이 있었다. 이 친구 나이 방년 서른. 꽃 같은 나이의 이 처자가 지리산까지 들고 온 고민은, ‘서른이 되어서도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아요. 어쩌면 좋을까요?’ 비록 무릎팍 도사는 아니지만 고민 해결을 위한 나의 답변은, ‘다 해도 돼~ 다!’ 였다. 정말 다 하면 된다. 참, 말이 쉽다. 근데 정말 쉽다. 마음만 바꾸면 여반장처럼. 

다이어리에 적어 둔 말들은 여전히 유효하고, 아직까지 나는 이 말들을 전적으로 믿고 그렇게 살기를 원한다. 바라면 이루어지나니, 바라는 것이 살고자 하는 삶이라면 그것에 나를 맞추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빡빡한 삶이 아니라 적당히 잉여로운 시간들이 필요하다. 삶에서 중요한 상상력이 발휘되려면 멍 때리는 시간도 필요하다. 하릴없이 딩굴대는 것도 때로는 필요하다.

나는 2013년엔 돈 벌 생각이 없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돈을 많이 벌 생각이 없다. 그럴 깜냥도 없고. 어딘가 직장을 정기적으로 나가야 하고 그래야만 통장으로 들어오는 급여를 받을 생각이 없다. 그래서 2013년 하고 싶은 일 가운데 하나는 출퇴근하지 않는 삶. 그런 만큼 나는 바쁘게 살 마음도 없고 그러고 싶지 않다. 자발적 백수가 될 거다. 과잉의 시대에 나만이라도 좀 모자라게 살아보자. 그래야 삶이 더 잉여롭다!? 라고 새 다이어리에 글귀를 적으며 다시 한 번 다짐한다. 

2012년에 하지 못하고 다음 해로 넘기는 한 가지는 여행 하는 것이었다. 오키나와, 몽골, 윈난 가운데 한 곳을 여행하는 것. 그래서 다시, 2013년에 처음 하고 싶은 일은 2012년에 하지 못한, 1, 2월에 벚꽃이 핀다는 오키나와로 여행을 가는 것이다. 물론, 2013년에도 어려울 수도 있겠다. 난 돈 벌 생각이 없는 예정이니 어쩌면 어려울 수도. 
그러면 뭐, 내 마음에 벚꽃을 피워 벚꽃이 내리면 되지 않을까? 
: )  

*** 단체 소식지 01-02월호에 실린 글. 아무래도 2013년에도, 1,2월에 벚꽃이 핀다는 남쪽으로 튀지는 못하겠고, 내 마음에 벚꽃을 피워야 겠지만... 참 좋은 시작! 

*** 소식지가 오던 날, 일상의 정말 정말, 갓 볶은 도미니카 + 예가체프 커피가 도착했다... 아침에 내려 마시니 참 좋고나! 



덧글

  • mily 2013/01/14 20:19 # 삭제 답글

    1.2월에 피는 그 꽃이 사뭇 궁금해지네요...
    저도 올해에는 자발적 가난의 삶을 준비해 보려구요^^
  • 2013/01/29 15:43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심법 2013/02/04 15:04 # 삭제 답글

    회사마, 아시가트 옆 오픈핸즈카페에서 치즈케잌을 먹으며 와이파이를 쓰고 있어요.
    서울엔 12년만의 폭설이 내렸다고 하는데, 산내는 어떤가요?
    바라나시는 살랑살랑 봄날씨랍니당 ㅠㅠ
    회사마, 몸 건강히 잘 계셔야 해욧!

    참, 제주도에 싸고 살 만한 집이 있을까요? ㅠㅠ
  • 심법 2013/02/13 16:18 # 삭제 답글

    회사마, 무슨 일 있으신 건 아니죠? 새 글도 안 올라오고 답문자도 없고 댓글도 안 올라와 걱정이에요.
    전 치앙마이에 어제 도착해서 8일동안 있다가 이제 한국 돌아가요.
    알라딘 바지는 도저히 흥정에 자신이 없어 못 사고, 대신 짜이용 차랑 쿠션보 샀어용 ㅠㅠ
    부디 무사히 겨울을 잘 보내고 계시길 바라옵나이다. _()_
  • 작은나무 2013/02/14 11:24 #

    스니임~ 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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