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명절 by 작은나무

바깥으로 여행을 가지 않는 한은 그래도 명절은 가족과 함께 보내 왔다. 
나 하나 안 가면 어떤가, 명절이 뭐 그리 대수냐.. 라고 생각은 하지만,
나름 해야할 도리라고 내 기준으로 정해 둔 선이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결혼을 하고 첫 명절이 와 버렸다!!  

명절에 집에 가면서 변변한 명절 선물 챙겨 가 본 적 없었는데,
-수 년을 먹을 입만 들고 가다가, 요 몇 년 중엔 그래도 얍실한 봉투를 챙긴 적이 있기는 했다! ㅡㅡ;;-
이제는 두 집에 명절과 관련된 어떤 것을 챙겨야만 했다.
뭘 챙기고, 형편껏 하면 된다는 것의 의미가, 그 형편이라는 게 어느 정도인지 참으로 애매모호하다 생각하기도 했고,
명절 차례상 준비하는 것에 비용을 나누는 의미이면 되지 않겠는가 생각하기도 했고,
부모님 명절선물까지 따로 챙겨야 하는 것인가 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그런 부분에 있어 생각의 변함은 그닥 없으나, 아주 중요한 사안은 아니니 뭐.

이제껏 명절이면 나는, 
진주집에서 엄마가 준비해 준 적(부침개)들을 부쳤고, 생선을 부쳤고,
두 세시간 후 그 적 부치는 일이 끝나면 씻고, 친구를 만나는 게 내 20대의 명절 모습이었고,
거기서 30대가 되면서 친구를 만나는 것이 빠지고,
(이제 고향에는 친구가 없다. 다들 대학가면서 고향 떠나고, 결혼하고 따위의 이유로)
샤워 후 혼자 집에서 딩구는 게 당연했던 명절.
그러다 차례 지내자마자 먹을거리 바리바리 싸들고 나의 집(지리산의 홈 스윗홈)에 돌아오는 걸로 마침표를 찍는.

올해부턴 달라졌다. 혼자가 아니니까. 
그래도 자발성(!?)없이 상황에 의해 확 달라지는 건 누가 뭐래도 힘들다. 나도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데. 
그래서인지 연휴가 기다려지기도 했으나, 연휴가 길면 뭘하나 하는 생각도 계속......  

그 긴 명절 첫 연휴날에 가야 하는 곳은 마음의 안식처 같은 곳이 아니라 어색하고 불편한 공간. 
누가 싫고, 뭐가 마음에 안들고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사회에서 결혼하면서 '시'자가 붙는 관계가 형성되는, 그 상황이 주는 어떤, 그것 자체가 나는 싫고 마음이 힘들고.
연휴 첫날, 딱 갔는데, 무슨 일을 해야할 지 모르겠고, 쉬고 있으라며 내어 준 자리는 가시방석이고.
하지만 바깥양반한테는 그곳이 마음의 휴식처같은 공간일 수 있고.... 흑... 

급기야, 딴에는 바깥양반이 뭔가 힘들고 어렵고 속상한 상황에서 나를 구해 다른 공간으로 이동시켜 주었으나.  
고맙지만, 그치만, 그렇게 고마운 것도 아니야. 그 공간에 앉아 있어도 불편하고, 그 공간을 떠나 어디로 나가도 불편하고.
결국은 눈물이 또르르. 
차례를 따로 지내지 않고 예배를 보기에 명절음식을 따로 하지 않아 몸이 힘들지 않아도 막 위해줘도, 그냥 다 힘든.
에휴. 갑자기 결혼한 친구들 얼굴이 하나둘 눈 앞을 쓱쓱 지나가고. 

명절날 아침 먹고 보내줄 줄 알았는데, 다시 점심상 차리는 것에, 방에 들어가 혼자 울었다던 친구 생각도 나고.

추석 다음날 저녁에야 진주집으로. 근데 친정이 좋을 것 같지? 좋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친정이 아주 편한 것도 아니야.
사위한테는 처월드가 어색한 공간일테고, 올케한테는 내 친정집이 시월드이고. 
관계의 이중성이랄까... 막 이런 저런 것들을 생각하게 되니까. 

그러다 지리산집에 와서야 비로소 마음이 편안해졌다능. 
물론, 감꽃홍시에 추석 손님들이 있어 땀흘리며 청소만 하다 와야 했지만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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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명절 연휴가 끝나고,
어쨌거나 바깥양반과 둘이 명절을 보내고 나서 이야기 나눈 건 
- 별 일 없이 첫 명절을 잘 보냈다며 서로 토닥인 것.
- 돌이켜 생각해보면 힘들 것도 없었다는 것.
- 두번의 명절 가운데 한번은 시댁에 먼저, 한번은 처가에 먼저 가보는 우리만의 시도들을 해보자는 것.
- 담부턴 이쁨 받고 싶은 욕심을 버리고 어떤 상황에서든 나다울 것이라는 것. 

이런 생각도 들었는데, 남매가 있는데 각각 결혼할 경우(내 경우임), 
명절에 남자 쪽에 늘 먼저 간다면, 그 남매는 명절에 함께 얼굴 볼 수 있는 날이 거의 없게 된다. 
사위도, 며느리도 자식이면 좀 평등하게 해보자.. 뭐 그런 생각들? 
또, 할 수 있다면 각자 맛난 음식도 좀 미리 만들어 가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포트럭파티처럼?!!

첫 명절을 보내며 우선, 
설에는 진주집에 먼저 가는 것을 시도해 볼거다. 뭐 또, 여러가지를 시도해 보겠다!
첫 명절을 보내며 또 생각한 건,
어떤 상황에서든 날 젤로 먼저 생각하고 위해주는, 참 멋진 바깥양반이라 고맙고 기쁘고 뭐 그런?(자랑질~~ 랄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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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도, 페북도, 이 블로그까지, 글을 쓰면서도 어느 정도씩 다들 자기검열을 하지만, 
그래도 쓰고 싶은 말, 하고 싶은 말 왠만하면 다 할거다. 솔직하게, 맘 편하게.
이 글은 음, 한 90% 정도는 솔직했다!!!! 
  

덧글

  • 하하호호 2013/10/02 07:26 # 삭제 답글

    흙흙....회사마....
    아침 공복 유산소는 꾸준히 하고 계시겠죠?
    조만간 검사에 나서겠어요 홍홍
  • 작은나무 2013/10/08 12:07 #

    꾸준히 하고 있어염. 근데 똑같아서 슬퍼요. 그래도 꾸준히 해보겠어염. 힝힝.
  • 혜영 2013/10/04 11:50 # 삭제 답글

    회은 잘 지내지?^^
    11/2~3 만만한 민박 방 하나 있수?
  • 작은나무 2013/10/08 12:07 #

    네 있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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