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히말라야 by 작은나무

1. 많은 일이 있었다.

어느새 결혼을 했고 머리속 지도에서 전혀 존재감 없던 충청도 아산에서 얼마를 살았다.
그래도 지리산에 가까워져 살자며 짝꿍이 전라도 광주로 이직을 했다.
아산에서 지리산은 두시간 반, 광주에서 지리산은 한시간 반.
남도도 아름다웠고 뭐랄까 참 살기 좋았던 광주.
그런데 짝꿍이 이직한 회사가.....ㅜㅠ
이렇게 살수는 없다! 결심하고 남편은 다시 이직을 했다.
이직의 스트레스가 이혼하고 맞먹는다는데,
광주로 이사하고 일년을 조금 넘긴 시점에서 쉽지 않은 결심이었고,
경기가 바닥을 치는 상황이었고, 또 등등등... 그러나 다행히 이직에 성공,
올 봄에 짝꿍 따라 경기도로 이사를 했다.

내가 다시 서울권역에 살 일이 있을까 싶었지만 사람일은 어찌될지 아무도 모른다.
나의 내일도 나는 모른다.

경기도의 아파트가 답답은 하지만, 집 바로 옆에 도서관이 있고, 다양함을 누릴 수 있는 서울도 나름 가깝다.
서울 근처에 살 때 누리리라. 뭐라도 하고 싶은 것을 배워두면 시골살이에 도움이 되리라. 되겠지?
내가 서울이 싫어 지리산으로 이사했던 건 아니잖아?
관심가지는 것마다 강좌나 체험, 여러가지가 많은 수도권살이가 나쁘지만은 않다.

2. 집 옆 도서관에서 자주 자주 책을 빌리는 요즘.
지금은 '7년의 밤'을 쓴 정유정 작가의 히말라야 여행기를 읽는 중.
슬럼프로 바닥을 치기 전 작가는 히말라야로 여행을 떠나 안나푸르나 서킷을 걷는다.
재미난다. 쉽게 읽히고, 위트도 있고.

트레킹을 하다 만나는 롯지에서 밥을 먹는 이야기에서 작가는 대부분 한 시간을 넘게 기다려,
재료를 준비하고 다듬고 볶아져 나오는 마살라 없는 볶음밥을 먹는다.

롯지에서 밥을 기다리는 부분을 읽으며 계속 나는 나의 히말라야가 떠올랐다.

2007년 네팔.
안나푸르나 서킷에서도 빠져 있는, 남들은 차를 타고 지나치고 마는 포카라와 베시시하르 사이를 나흘동안 걸었다.
흰산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며 걷는 그저 그런 시골길. 그곳을 걷는 여행자는 손가락으로 꼽았다. 그래서 나는 더 좋았다.

걷다가 만난 롯지 식당에서 감자튀김을 주문했다. 그렇게 기름에 튀긴 걸 먹고 싶었나 보다. 그때의 나.

주문하고 나서 좀 있다 소쿠리에 흙묻는 감자를 가지고 나타나, 롯지 마당의 한 켠에서 감자를 깎기 시작.
한시간은 기다렸나보다. 그렇게 감자튀김을 먹었다. 내 생애 가장 맛나는 감자튀김이었다.

거의 십년이 되어 가는데, 감자깎던 사람의 비스듬한 등과 낫처럼 생긴 칼과 흙묻은 감자, 그리고
우리나라 시골집의 마당같은 곳에서 바라보던 흰산은 가슴에 새겨진 사진마냥 눈에 선하다.

그렇게 이 책에서 나의 히말을 만났다.

덧글

  • 선미 2015/10/04 16:22 # 답글

    이글루스 작년에 들어오고 처음 ㅎ
    여기도 생각나서 들러본다~
    경기도민의 삶이 다채롭구나~
    어디가나 잘 사는 것 같아서 좋아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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