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을 여는 사이 by 작은나무

광주에 살 때 알게 된,
커피콩을 맛나게 볶는 집 사장님이 보내 주신 커피가 똑 떨어졌다.
세 봉지나 보내 주셨고, 나름 아껴 잘 마셨다.
이제 집에는, 동남아냄새 짙어 한 번 내려 먹고
두 세 번 라떼로 만들어 먹고는 방치된 몇 달 된 태국 커피콩이 전부.

어제 콩을 주문하고 혹시나 오늘 오전에 도착할까 하며 기다렸다.

오후 다섯시.
띵동 띵동.
이미 커피 택배인줄 알고 있었지만 "누구세요" 하고 나간다.
현관문을 여는 사이 이미 아저씨는 없다.
발빠르게 내려가서 3층에서 "택배왔어요." 라고.
숨은 언제 쉴까, 밥은 언제 먹을까.

아저씨도 없고, 그리고 택배 상자도 현관문 밖에 없다.
사실 택배아저씨는 아저씨가 아닐지도. 난 낼모레 마흔. 택배 청년일지도.

어쨌거나 택배 상자가 없어도 나는 당황하지 않으며,
양수기 문이라고 적힌 벽에 붙은 문을 열고 커피콩상자를 들고 집으로.

어떤 땐, 밤 열 시에도 택배아저씨가
띵동띵동 하고는 박스를 두고 사라진다.
처음 밤늦은 띵동 소리엔 무서웠고,
그담엔 정말 늦게까지 일하시는구나 생각했다.
오늘은 커피콩 박스를 뜯으며 생각한다.
나는 저렇게 바쁘고 치열하게 밥벌이를 하며 살 수 있는 인간인가.
아니.
절대라는 말은 절대 쓰는 게 아니라지만,
난 절대 자신이 없네.

나는 뭔가 미안하고 불편하다.

커피는 내일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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